2010/01/25 23:03

「하루하루가 세상의 종말」, Day By Day Armageddon (2009) MEDIA문화놀이터

  • J.L. Bourne 지음
  • 김지현 옮김
  • 황금가지

2009년 마지막 렛츠 리뷰 도서. 매번 눈팅만 하다가 무심코 처음으로 신청해 보았는데, 당첨되고 말았습니다.
평일엔 새로 시작한 일에 치여서 좀체 시간이 없다고 느끼던 터라, 주말에 부랴 부랴 모아 읽어서 이제야 마감에 치이기 전에 겨우 리뷰를 쓰네요. ^^;;
레이는 매니악한 향기가 물씬 나는 '좀비 아포칼립스' 문학의 팬이라고 할 만큼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닙니다. 공상 소설을 특히 즐겨 보는 것도 아니지만, 좀비에 관한 내용을 다루는 영화들은 몇 번 본 적이 있습니다. 「새벽의 저주」, 「REC」, 그 이름난「레지던트 이블」 시리즈 같은 것들 말이지요. 책으로 읽어도 재미있겠다, 싶었는데a 사실 제목이 저렇게 빈곤하고 비참한 느낌으로 와 닿지 않았다면 이끌리지 않았을 물건입니다.

작가가 전문 작가가 아니라 아마추어 군인이긴 하지만, 내용의 전개는 결코 허술하지 않고 탄탄해서 지루함 같은 걸 느낄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현장감을 생생하게 느끼게 할 장치인 것 같은, 밑줄이나 휘갈겨 쓴 메모들, 사진과 그림 등이 군데 군데 나오기 때문에 더 흥미가 생깁니다. 근 다섯 달의 기록을 순차적으로 진술하고 있고 전개도 빠르지만, 화자의 느낌과 생각 위주로 묘사하고 있기 때문에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친근감'을 잘 살리고 있습니다.
게다가 여기는 좀비의 공격과 더불어 핵탄두의 투하로 말 그대로 '종말'이 현실화되는데, 방사능을 견디는 좀비라는 설정은 정말 무섭습니다. 얼마 안 되는 멀쩡한 인간 군인들 중 일부는 방사능 때문에 근무 중에 죽어 버리는데, 좀비들은 더 빨라지네요. 이 황량한 한 진행에도 불구하고 1월부터 시작하는 일기가 시기상 봄이 되면서 날씨는 좋고 꽃은 만발하여 더 비극적입니다.
하지만 이 주인공은 자동차와 배부터 방어진 구축, 직업상 비행기 조종과 무기 다루는 것까지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서 멋진 주인공답게 적들을 헤치우며 살아갑니다. 주인공을 통해 구출된 다른 사람들은 이 유능한 사람에게 구출된 덕분에 재수가 좋았다고 할까요a 그렇다고 해도 이런 무서운 세상에서는 끔찍한 좀비들과 같은 하늘 아래 사는 것이 지속될 뿐이지만.

지상의 전투보다 흥미로운 건 에필로그의 지하 도시인 방주 내에서의 생활입니다. 몇 장 안 되는 분량에 걸쳐 서술되어 있지만 새로운 배경과 앞으로 인류의 생존이 어떻게 될지 호기심을 유발합니다. 영화 「레지던트 이블」의 배경과 비슷한데, 그 영화는 안전 도시에도 좀비가 생기기 시작하여 또다른 탈출을 시도하는 내용으로 그려지고 있죠.
그래도 우리의 주인공이 살아서 싸우고 있는 지상의 전투에 더 관심이 끌립니다. 호텔23이 얼마나 오래 안전할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속편에서도 주인공이 쉽게 쓰러지지 않기를 기대해 봅니다.
좀비가 나오는 많은 영화와 소설의 설정과 거의 비슷하기는 하지만, 지루하지 않게 잘 읽었습니다. 나쁘지 않은 듯. 이 정도면 굿.

덧.. 다른 분들의 리뷰에서도 재차 지적되었던 부분인데a 좀비의 세상에서 더이상 의미가 없어졌다 해도 날짜와 시간으로 흘러가는 일기라는 설정은 좋지만 거의 매일, 하루에도 몇 번씩 꼼꼼하게 썼다는 게 도리어 긴박한 현장감을 떨어뜨리는 느낌을 주기도 했다는 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레이는 좀비를 처리하는 것처럼 꼼꼼한 주인공의 성격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넘어가려구요. (웃음)

이글루스 가든 - 천 권의 책읽기
렛츠리뷰

2010/01/05 22:34

닮은꼴이 아니야 ΤHINK상념과단상

무언가 이상하다 이것은 정말로...
친구들도 말하고, 애인이 군 복무하던 중 면회 갔을 때 본 군인들도 말하고, 친구의 친구들도 말한다.
"너 브아걸 가인 닮았어"
그리고 한 마디 덧붙인다.
"가인은 예뻐"
그리고는 아무 말이 없다.
(...)
생략된 말이 무엇인지 난 알 것 같다.
그래서 서러워요 ㅠ ㅠ
....예쁜 사람과 닮았는데 안 예쁜 건 이미 닮은꼴이 아닌 거야 -┏

2010/01/02 18:21

「치열한 법정」, Storming the Court (2005) MEDIA문화놀이터

  • 브란트 골드스타인 지음
  • 홍승기 옮김
  • 청림출판

재작년에 국가 인권위원회에서 자원봉사와 특강 참석 등으로 짧은 인연을 맺은 후, 메일로 정기적으로 받아 보고 있던 휴먼 레터를 통해 이 책을 소개받았습니다. 학교 도서관 홈페이지로 들어가 바로 검색해 보니 당시 나온 지 얼마 안 되었지만 두 권이 법학전문도서관에 소장되어 있었어요. 인권에 관하여 아는 지식은 일천하지만 법에 대한 소박한 신뢰를 가진 나였기에 정의의 다큐멘터리를 읽는 기분으로 책을 빌려 왔답니다.
언제 빌린 건데 중간에 이 일 저 일에 치이다가 이제 다 읽고 쓰는 건지, 참 오래 끌었는데 - -;; 다음부터는 바빠도 책을 가까이하여 매일 몇 장씩만이라도 꾸준히 읽어 나가야겠습니다.

법에 대한 소박한 신뢰, 그리고 법의 궁극적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정의를 위해, 모두들 예상하기 어려웠던 승리를 위해 투쟁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여기 담겨 있습니다. 한국 전쟁 후 일어난 쿠데타로 좌절된 민주주의 한국의 꿈을 뒤로 하고 망명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난 한국인 고홍주(헤럴드 고) 씨는, 열심히 공부하고 여러 자리를 거쳐 예일대 로스쿨 교수가 되었습니다.
로웬스타인 클리닉을 운영하던 중 아이티의 독재 쿠데타와 인권 유린을 외면하다시피 한 미국 행정부의 강제 송환 정책에 반발하여 도전장을 내게 되고, 거기에 일단의 학생들과 변호사들 등 사명 의식을 가진 자들이 동참하면서 법정을 향한 싸움은 시작되었습니다. 장기간 계속된 소송 준비와 배신하듯 예일팀의 손을 들어 주지 않는 대법원 판결 등을 통해 어떤 학생들은 떨어져 나가고, 갈등도 있었지만 결국 그들은 승리하였습니다.
나름의 정치적 이유 때문에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라는 chapter 제목으로 끝을 맺었지만, 훗날 다른 인권 보호 소송에서 대법관들은 이전에 예일팀이 제기했던 쟁점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달아 주었습니다.

책의 저자 브란트 골드스타인 씨는 역사적으로 크게 한 획을 그을 싸움이 시작될 당시에 소송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참여하지는 않았던 학생으로, 직접적으로 힘을 보태지는 않았으나 책이라는 기록물을 남겨 그들의 승리를 기리고자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은 논픽션이지만 한 편의 영화를 상상하면서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려운 법률적 용어들과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는 많이 생소한 미국의 연방 사법 제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작은 설명들도 곁들여져 있습니다. (그래도 난 읽기 어려웠다!)
책으로 읽기에는 방대한 분량이긴 하지만 지루하지 않고, 우리 나라에는 아직 그리 친숙하지 않은 '난민'이라는 주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해 줄 것입니다. 국제인권법과 난민법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군요.

'작은 거인' 고홍주 씨는 예일대 로스쿨 학장이 되었고, 연방 대법원 후보로도 거론되는 영향력 있는 인물입니다. 최근에는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국무부 법률고문 차관보 인준을 통과하여, 한때 치열하게 싸웠던 행정부에서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INS(이민국)의 전형적인 송무변호사들이 국제법보다는 미국에게 이익이 되도록 행동하는 데 골몰하였던 것과 달리, 위에서와 같이 고홍주씨는 국제법적이고 자연법적인 인권 보호를 우선으로 여겼기에, 인준 과정에서 공화당의 반대가 많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의 찬성표로 무난히 통과하였다고 합니다. 상대가 미국이라고 '예스맨'이 되지 않는 비판 정신이 플러스 요인이 되었겠지요.
이와 함께 친형인 고경주(하워드 고) 씨 또한 보건부 보건담당 차관보가 되어 형제가 나란히 미국의 고위직에 오르는 영광을 안았습니다.

이것만 보면 상당히 이기적인 유전자라고 생각되는데, 고홍주 씨는 어릴 때 소아마비도 앓는 시련을 겪었고, 피나는 노력으로 열심히 노력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오늘의 결론은 나도 열심히 공부하자 [?!]

이글루스 가든 - 천 권의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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